제네시스: 럭셔리 브랜드의 창세기 [브랜딩 디자인 사례]
제네시스가 8월 중 국내외 누적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어설 전망입니다. 현대차로부터 독자적인 브랜드로 세상에 나온지 7년 10개월 만의 성과인데요. 최근 발표된 미국 J.D.파워 신차 첨단 기술 만족도 조사에서 전체 브랜드 순위 1위를 차지하기도 하고, 레드 닷 어워드 등 다양한 디자인상 수상 소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럭셔리 카 시장의 후발 주자인 제네시스가 1989년 출범한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가 성장한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실질적인 브랜드 제네시스의 론칭은 2015년이었지만, 현대자동차는 오래전부터 럭셔리 카 브랜드를 준비해 왔습니다. 2004년 고급차 출시를 위한 TF팀이 구성되었고, 설계와 디자인을 포함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죠. 차근차근 준비한 끝에 2008년에는 1세대 제네시스 BH, 2013년에는 2세대 제네시스 DH 모델을 출시해 국내 브랜드의 고급차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2015년, 현대자동차가 가진 가성비, 대중적 이미지를 벗고 럭셔리 카 브랜드 ‘제네시스’로 세상에 나가겠다 선언합니다. 동시에 기존 고급차의 대명사였던 에쿠스도 제네시스 EQ라인으로 합쳐졌죠. 선언 직후 제네시스는 해외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본격적인 럭셔리 카 브랜드의 행보를 보입니다. 현대차와는 별개의 브랜드로서 ‘Hyundai’는 떼고, 차량 모델에 붙이는 이름에도 새로운 체계를 도입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G70’, ‘G80’과 같이 제네시스를 상징하는 알파벳 ’G’에 ‘숫자’를 붙였습니다.
1. 제네시스가 그은 두 줄
여러분은 ‘제네시스’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요즈음의 제네시스는 대표적인 모델들보다도 두 줄(Two Line) 램프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앞과 뒤, 그리고 옆면까지 이어져 빠른 속도로 달릴 때 보이는 라이트 두 줄은 이제 제네시스의 아이콘이자 완전한 상징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제네시스는 2015년 브랜드를 론칭 이후 ‘역동적인 우아함Athletic Elegance’이라는 테마를 갖고 디자인 경영을 하는 데에 있어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럭셔리 카 브랜드의 후발주자인 만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선적으로 디자인적 임팩트를 찍고 가겠다는 것이죠.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품질과 기능으로 치고 나가기에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특히나 럭셔리 카 시장은 품질 이상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곳이기도 하니까요.
앞서 이야기한 투라인 램프가 바로 제네시스가 자신들만의 디자인 정체성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는데요. 제네시스의 이 투라인 디자인은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이던 시절부터 사용해 온 엠블럼과 같은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제네시스의 엠블럼은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비상하는 날개 형상인데, 사실 날개 형상은 많은 카 브랜드의 로고들에서 볼 수 있는 흔한 형상이기도 해요. 그래서 제네시스는 이 형상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구현하는 방법을 선택합니다. 엠블럼을 차의 보닛이나 헤드에 얹는 것만이 아닌, 차의 전면부에 제네시스의 엠블럼을 이식한 것인데요. 전면부 중앙의 크레스트 그릴은 엠블럼의 몸통을, 두 줄의 헤드 램프는 날개를 형상화했죠. 제네시스가 달려가는 것은 그냥 차 한 대가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제네시스의 거대한 상징물이 달려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2. 한국적인 브랜드
제네시스가 후발주자로 살아남기 위해 한 손에는 ‘역동적인 우아함’이라는 키워드의 무기를 들었다면, 다른 한 손에는 ‘한국적’이라는 무기를 듭니다. 제네시스가 말하는 ‘한국적’인 디자인, ‘한국적’인 브랜드는 무엇일까요?
수십 년간의 역사를 쌓아온 다른 럭셔리 카 브랜드와 경쟁하기 위해 제네시스는 브랜드 헤리티지 팀을 꾸립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비교적 짧은 역사를 상쇄할 만한 외부의 가치나 유산을 브랜드에 입혀 경쟁력과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추기 위함이었는데요. 이 지점에서 제네시스가 선택한 가치는 ‘한국적인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이미 세계 곳곳에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고, 한국 유일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는 이 영향력을 브랜드 전반에 적용시켜보기로 합니다.
지난해 11월 공개되었던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에서 제네시스가 지향하는 한국적인 포인트를 볼 수 있는데요. 외장 컬러인 ‘크레인 화이트 Crane White’는 신성하고 기품 있는 두루미의 자태에서, 실내에 적용된 ‘기와 네이비 Giwa Navy’와 ‘단청 오렌지 Danchung Orange’는 한국 전통 가옥의 지붕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4월 ‘카 디자인 어워드 2023’ 콘셉트카 부문에 선정된 ‘제네시스 엑스 컨버터블’은 바로 지난주 ‘2023 IDEA 디자인상’에서도 본상을 수상했는데요, 실제 양산된다면 현대차 최초의 국산 오픈카가 한국의 미를 담았다는 더욱 의미 있는 역사를 쓸 수 있겠네요.
출처 : http://www.madtimes.org/news/articleView.html?idxno=18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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