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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에 AI를 거부하는 사람들

등록일 2026-01-16 작성자 김다은 조회수 21

작년만 해도 인공지능(AI)으로 인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 첨단 기술이 인간의 직업을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AI 학습을 위해 사용된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AI가 만든 가짜 뉴스가 너무나 사실 같았기에, 이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이처럼 부정적인 이슈들로 가득했던 AI가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AI를 통해 업무를 진행하고, 궁금한 점을 묻기도 한다. 때로는 마음속 고민거리를 터놓기도 한다.

 

KT 대학생 마케팅 서포터즈인 'Y퓨처리스트' 100명과 Z세대 트렌드 전문 연구기관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최신 라이프스타일 키워드와 마케팅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Y트렌드 컨퍼런스'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로 3회를 맞은 이 컨퍼런스에서 꼽은 다섯 가지 키워드 중에서 'AI:tionship'이 선정되어 주목을 받았다. AI와 관계를 뜻하는 'Relationship'이 결합된 이 단어는 AI를 매개로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Z세대의 새로운 방식을 뜻한다.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일상을 보내는 Z세대는 예측할 수 없는 인간관계의 긴장과 복잡한 감정을 혼자서 해결하는 것보다 AI와 함께 헤쳐나가기를 선택하고 있다. 이들은 사용자 기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AI를 활용하여 자신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하고, 타인과의 관계에 대응하기 위한 현명한 방법을 모색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상황을 해결하는 조언자이자 관계의 미묘한 긴장과 감정을 관리하는 중재자가 된다. 기존 세대가 직접 부딪혀가며 습득했던 지식과 태도를 Z세대는 기술을 통해 깨우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는 대상으로 발전하며 인간관계의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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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ckcake.com/i/human-ai-touch_3085201_1369915 

 

AI를 이용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감정적인 부분마저 AI에 의존하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미 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여기는 이들에 의해 'AI 비거니즘(AI Veganism)'이 등장했다. 이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우려로 동물성 식품과 제품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처럼, 의도적으로 생성형 AI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는 활동을 일컫는다.

 

AI는 인터넷과 기기 안에서만 활용되는 디지털 기술이기에, 물리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AI 기술은 환경 오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AI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전력과 수자원이 필요하다. 챗GPT를 만든 오픈AI의 CEO 샘 알트먼은 챗GPT에게 간단하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수백만 달러의 운영 비용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가볍게 입력한 한 문장이 고성능 컴퓨터의 연산 부하를 일으키고, 결국 막대한 전력 소모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한 AI가 학습과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사용되고 버려지는 물은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AI가 만들어내는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확산되면서, AI 사용을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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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xels.com/ko-kr/photo/60575/ 

 

 

또한 AI는 환경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선사하고 있다. 과도한 AI 사용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 우울증, 인지적 기능 저해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 들어 AI가 존재하지 않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전달하는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심화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연구팀은 챗GPT가 다정해질수록 잘못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챗GPT를 비롯하여 생성형 AI 다섯 가지를 실험한 결과, 친근하게 훈련된 AI가 기본 버전보다 10-30% 더 많은 오류를 범했다고 발표했다. 그와 더불어 슬픈 감정을 드러낼 때 더 많은 오류를 낸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는 인간의 감정을 맞추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아첨 현상'으로, 정신적으로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AI 의존성을 줄이려는 운동이 확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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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다이트 클럽 홈페이지 

ⓒ theludditeclub.org/about

 

 

AI 비거니즘은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인한 디지털 세계의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디지털 디톡스'와도 맞닿아있다. 사람들이 AI를 접하는 대중적인 기기가 바로 스마트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14세까지 스마트폰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없는 어린 시절' 운동이 확산되고 있으며, 뉴욕에서는 고등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로부터 자유를 되찾기 위해 '러다이트 클럽(Luddite Club)'을 결성해 화제를 모았다.

 

최신 기술과의 접점을 없애기 위해 아예 전화·문자 기능만 있는 피처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며, 디지털 기기 사용을 최소화하는 여행 상품이나 카페들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할 수 있게 되며, 진정한 자신에 대해 스스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스마트한 기술이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장점만큼이나 단점 또한 커져가고 있는 것을 자각하는 이들의 현명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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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ckcake.com/i/error-code-frustration_3025343_1650086 

 

 

이처럼 오늘날의 현대인들은 최신 기술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세대이면서도 이에 대한 부작용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다. 이미 발전한 기술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더 이상 '기술이 무조건 이롭다'는 낙관론 또한 믿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새로운 기술을 더욱 꼼꼼히 검토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기술의 발전 방향을 변화시키고 있다. 현재 사람들이 AI에 보이는 반응은 앞으로 등장할 또 다른 기술을 받아들이는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 비거니즘, 디지털 디톡스는 그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앞으로 계속해서 전 사회적으로 지속되고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현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은 기술의 편리함만을 앞세우기 보다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그와 더불어 사람과 기술을 잇는 UX 디자인 분야에서도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 역시 무조건적인 거부나 무분별한 수용보다는 건강한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기술의 미래는 우리가 어떤 태도로 맞이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