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우리도 게임을 한다-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등록일 2023-11-22 작성자 김한비 조회수 2699

우리도 게임을 한다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코로나19 확산 이후, 게임은 개개인을 연결하는 의사소통 방식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게임은 인간 고유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담은 놀이와 디지털이 결합하며 시작된 것이다. 놀이가 남녀노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즐길 수 있는 문화라면, 과연 게임도 그러할까?

 

 

n3_1

지금 세대가 할아버지가 되면 벌어지는 일 © <진용진> 유튜브

 

 

 

 

게임, 10대만 즐긴다?!

게임 이용자를 떠올려보라고 말하면,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10대나 20대의 남성, 어두운 방에 홀로 앉아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는 누군가의 모습을 그리곤 한다.

 

 

n3_2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2022), 2022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

 

 

 

그러나 최근 통계 자료는 이것이 모두 우리의 고정관념임을 알려준다. 올해 10세부터 65세까지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게임 이용자 실태조사1)에서는 전체 응답자 중 74.4%가 게임을 이용한다고 보고했다. 이 중에서 50대는 61.3%, 60-65세는 34.1%가 게임을 이용했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좋아하는 게임을 구매하여 이용할 의사도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PC 게임 머니와 아이템 구입률은 50대 63.1%, 60-65세 54.9%로 10대 50.5%, 20대 59.5%와 비교하여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다.

 

해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의 자료2)에 따르면 미국 게임 이용자의 평균 연령은 35세에서 45세에 걸쳐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 분포에서 중노년층 시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커진 것, 어린 시절부터 게임을 하던 이용자들이 나이 들어간 것,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며 게임에 접근하기 쉬워진 것은 이러한 변화의 추세와 관련 있을 것이다.

 

 

 

n3_6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한 게임 디자인 가이드 제작을 위해 온라인 설문조사로 50~69세 사이(평균 나이 59.2세) 190명의 디지털 게임 이용 행태를 조사3)했다. 주로 즐기는 게임 장르로는 애니팡, 테트리스와 같은 퍼즐 게임, 고스톱, 바둑 등의 온라인 보드게임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물론, 실제 설문 응답자가 주로 이용하는 게임인 것은 맞으나, 애초에 중노년층 이용자가 즐길 수 있는 상용 게임 선택의 폭이 워낙 좁아 다소 치우친 결과가 나왔을 수 있다고도 해석할 수 있었다.

 

n3_7

 

 

이에 추가로 50~80대 중노년층 시민 40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게임 플레이 워크숍'을 진행했다. 다양한 종류의 모바일 게임을 소개하고 이용자들이 게임을 어떻게 즐기는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직접 만나 관찰하고 대화하기 위함이었다. 이때 깨달은 것은 중노년층 이용자에게는 게임 이용 방법에 대한 상세한 매뉴얼이나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는 게임이나 디지털 문화와 함께 자라났기 때문에 게임 이용 방법을 따로 배울 필요가 없다. 직접 플레이하면서 깨우쳐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노년층 이용자의 경우 디지털 문명을 그야말로 '학습'했기 때문에 게임도 마찬가지로 체화해나가는 연습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게임 플레이를 해 본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경험해 보지 않은 이들에 비해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높았다. 또 게임의 혜택을 명확히 인식할수록, 자신의 게임 플레이 경험이 가치 있다고 믿는 인식의 선순환이 생긴다. 중노년층 이용자에게는 게임의 유익함과 유해함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과정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는 하나의 집단이기에 모두 비슷한 선호를 가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마치 '우리 부모님은 늘 고스톱과 애니팡만 해'라고 보지도 않고 결정지어 판단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중노년층도 10·20대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게임에서 명확한 취향을 가진다. 그렇기에 더욱 많은 게임을 접하게 하고, 그중에서 개인이 선호하는 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함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공통적인 지점이 있다면, 지나치게 경쟁적이거나 빠른 반응을 해야 하는 게임은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의 선호 대상이 아니었다. 그들은 오히려 게임을 통해 젊은 세대를 이해하거나 타인과 연결된다는 느낌 자체를 즐긴다. 혼자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 혹은 다른 세대 이용자와 함께 플레이할 수 있는 여건이 그들을 게임에 다시 접속하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게임이란

그렇다면 중노년층 이용자에게 게임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할까. 게임 경험은 중노년층 이용자가 자신을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 게임은 인생의 축소판이다. 지나온 인생 전체를 압축해서 보여주고, 빛나던 한순간을 잘라내어 다시 경험하게 하고,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플레이 과정에서 지나온 인생을 회고하고, 억눌렸던 과거의 감정을 되돌아보며, 가슴 설레게 하는 미래의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자기 통합의 경험을 맛본다.

 

 

n3_3

 

또한 중노년층 이용자에게 게임은 지적 자극과 도전,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문화를 익힌다. 기능성 게임처럼 학습이 목적인 게임이 아니라 상업용 게임을 통해서도 학습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실패와 좌절을 맛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를 극복하는 즐거움을 얻기도 한다. 특히 고령 이용자의 경우에는 치매에 대한 불안감도 높아 게임을 통해 지적인 활력을 얻고 치매를 예방하고자 게임을 플레이하는 때도 많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게임은 중노년층 이용자가 사회적 고립을 넘어 더 넓은 세계의 사람들과 확장된 관계와 유대를 맺을 기회를 제공한다. 자녀의 게임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던 중년 이용자는 워크숍에서 직접 게임을 해 보고 자녀의 게임 지속 이유를 이해하게 됐다. 가족과 직장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제한된 사회적 역할로 살아가던 50대 이용자는 전 세계 사람들과 연결되고 만날 수 있는 소통의 채널을 얻었다는 기쁨을 이야기했다.

 

 

 

진짜 필요로 하는 것

하지만 동시에 중노년층 이용자는 게임을 하면서 여러 가지 불편함과 어려움을 경험하기도 한다. 젊은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춘 현재의 게임 디자인은 중노년층 이용자가 쉽게 적응하고 따라가기 어려운 문턱과 진입 장벽을 만든다.

 

 

 

n3_4

잦은 외국어 사용으로 인해 어려운 게임 © supercell

 

예를 들어, 순발력과 정확한 타이밍을 요구하는 실시간 게임은 어렵기만 하다. 글자와 오브젝트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게임 인터페이스나 게임 방법이 복잡해서 해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스토리 중심의 게임의 경우, 게임의 컨셉이나 스토리가 중노년층 이용자의 삶의 맥락과 이어지지 않아 이해하고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더 나아가 스토리 안에서 고령 캐릭터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 연령 차별적인 시각을 경험했다면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물론 이는 게임 자체의 구성이나 기획, 개발에서 물리적으로 해결 가능한 문제일 수 있다. 실제로 게임 개발자에게 중노년층 이용자를 위해 접근성을 높이자고 제안하면,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기획하고 개발해야 하는지, 하드웨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실사용자들은 주변에 함께 하는 이용자와 이해를 도와줄 수 있는 지식과 정보가 제공되는 것, 지역 사회의 커뮤니티 공간이 있을 때 게임에 대한 경험이 훨씬 더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으로 확장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기술적인 접근성 문제 해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중노년층 게임 이용자의 개별적인 게임 이용 상황이나 필요한 요구의 다양한 사회문화적 맥락을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원 인력이나 사회적 지지 체계 안에서 여타 자원들과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연계 활동을 구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출처 : https://www.kocca.kr/n_content/vol25/subp/special_nStory3.html